전 사실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길에서 보면 예쁘긴 한데
다가오면 무서웠거든요.
어릴 때 강아지가 저 좋다고 뛰어온 건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무서워만 했어요.
게다가 털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키운다는 건 생각도 안 했고요.
그러다 집 앞에 카페가 하나 생겼어요.
문 안에서 작은 비숑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들어오라는 거예요.
걸어와서 제 옆에 앉더라고요.
그 강아지 보려고 매주 갔어요.
그리고 1년을 고민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카페 강아지 솜이한테 고마워요.
그렇게 어렵게 데려온 아인데
제가 아프게 했습니다.

이 눈빛, 이겨보신 분 있나요
단추는 짖지 않아요.
발로 치지도 않고요.
그냥 앉아서 봅니다. 오래.
솔직히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할 일이 있는데 옆에서 계속 보고 있으면 손에 안 잡히잖아요.
간식 하나 주면 시선이 딱 옮겨가요.
그 몇 분이 저한텐 숨 돌릴 틈이었고요.

편의점 앞에서 저를 찾아낸 날.
컵라면 상자 뒤에 자리 잡고 쳐다보고 있음.
…근데 이 사진, 지금 보니 턱선이 없네요.
“오래 먹는 간식”의 함정
오래 물고 있을수록 저는 오래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오리목뼈, 소힘줄을 찾기 시작했어요.
치석에 좋다, 단백질이 많다.
몸에 좋다는 얘기도 많았고요.
결과부터 말하면
치석은 잘 모르겠고 살은 확실하게 붙었습니다.
그건 단추를 위한 게 아니었어요.
제가 편하려고 준 거였죠.
털이 찐 줄 알았어요

비숑 키우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얘넨 살쪄도 티가 안 나요.
미용하고 오면 반쪽이 되잖아요.
“역시 털이었네” 하고 안심하고.
몇 주 지나면 또 둥글둥글해지고.
…그게 다 털이 아니었어요.

앞에서 보면 그냥 솜뭉치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얘기가 달랐어요.
허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허리가 없었음.
💡 털 많은 아이는 눈 말고 손으로 확인하세요.
· 갈비뼈 — 살짝만 눌러도 만져지면 정상. 꾹 눌러야 느껴지면 과체중
· 허리 — 위에서 봤을 때 갈비뼈 뒤가 잘록해야 함
· 배 — 옆에서 봤을 때 가슴에서 뒷다리로 갈수록 올라가야 정상
미용 직후에 만져보면 제일 정확해요.
처음엔 그냥 배탈인 줄

한 살 때였어요.
가족끼리 스타필드에 갔던 날이었습니다.
거기서 단추가 배변을 하는데 설사를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힘없이 누워만 있었어요.
그때는 그냥 오래 걸어서 지친 줄 알았습니다.
늦은 밤부터 설사에 혈변, 구토까지 시작됐어요.
바로 응급실로 갔습니다.
지사제와 간단한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약 먹었으니 낫겠지, 했죠.
그게 아니었어요.
그날 밤이 제일 길었어요
집에 온 그날부터 두세 시간마다 설사를 했어요.
그러다 피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고요.
온 집을 뛰어다니던 애가 움직이질 않았어요.
불러도 고개만 겨우 들고.
물그릇을 코앞에 갖다 놔도 입도 안 댔어요.
그날 한숨도 못 잤습니다.
옆에 앉아서 배가 오르내리는 것만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새벽에 두 시간에 한 번씩
설사와 구토, 혈변이 반복됐어요.
약을 받아 왔으니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그 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요.
그냥 갈걸 그랬나 싶어서.
아침 되자마자 병원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2주 입원

검사를 여러 개 했는데
염증 수치가 180이었어요.
“어린 나이인데 수치가 너무 높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2주를 입원했습니다.
퇴원하고도 3주 정도는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습식 사료만 먹였어요.

저는 병원에서 단추 안고 펑펑 울었어요.
얘는 아파서 힘든데
저는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좋다는 것도 많이 주면 안 되는 거였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나중에 알았는데 오리목뼈나 소힘줄처럼
단단하고 기름진 간식은 소화에 오래 걸린대요.
오래 먹는다는 건
소화기가 오래 일한다는 뜻이었던 거죠.

그 와중에도 얘는 이렇게 웃고 있었어요.
그게 더 미안했음.
🚨 이런 신호면 아침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 설사·구토가 하루 이상
· 변에 피나 점액
· 물도 안 마시거나 마시면 바로 토함 (탈수가 제일 위험)
· 좋아하던 것에 반응 없이 계속 웅크림
· 등을 활처럼 굽히고 있음 (복통 자세)
저희는 응급실에 다녀오고도
“약 받았으니 괜찮아지겠지” 하고 아침까지 기다렸어요.
약을 받았어도 증상이 계속되면 다시 가야 합니다.
24시 병원 위치, 미리 알아두시는 게 좋아요.
면회를 갔는데
많이 아팠을 텐데도 저희를 보고 웃어줬어요.
그 얼굴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그날 이후 바뀐 것
퇴원하고 간식을 끊었어요.
오리도 소힘줄도 전부.
퇴원할 때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어린데 비만입니다.”
거기다 슬개골도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비숑은 원래 슬개골이 약한 편이라고요.
그래서 살을 빼야 한다고.
목표는 4kg, 많아도 4.5kg까지.
그때 단추가 5.8kg이었습니다.
사료는 병원 처방식으로 바꿨는데… 이게 비싸요.
지금은 인터넷에서 산 로얄캐닌 다이어트 사료를 먹여요.
어릴 때부터 로얄캐닌을 먹여서 그런지
바꿔도 배탈은 안 났어요.
(협찬 아니고 그냥 저희가 사 먹이는 거예요)
사료도 한 번에 안 바꿨어요.
처음엔 기존 사료와 섞어서 주다가 천천히 넘어갔습니다.
간식을 아예 끊진 못했어요.
쌀과자 하루 한 개, 그리고 나머지는 사료를 간식처럼 줬습니다.
산책은 하루 세 번, 대신 짧게.
무릎 때문에 길게는 못 걸었어요.
그래도 비숑의 에너지는 못 막더라고요.
우다다는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근데 해보고 알았어요.
사료 바꾼 것보다 간식 끊은 게 훨씬 컸습니다.
사료만 정량으로 줬는데 빠지더라고요.
결국 살찌운 건 사이사이 제가 주던 것들이었음.
간식은 하루 먹는 양의 10% 이내가 좋대요.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적어요.
1.2kg 뺐습니다
BEFORE · 5.8kg
AFTER · 4.6kg자세도 이불도 다르지만
둘 다 위에서 내려다본 뒷모습이에요.
왼쪽은 어깨부터 엉덩이까지 일자로 쭉.
오른쪽은 갈비뼈 뒤가 쏙 들어갔어요.
목표까진 아직 남았지만
이만큼은 왔습니다.

그렇다고 간식을 아예 안 주진 못해요.
저 눈빛이 어디 가겠어요.
요즘은 블루베리나 양배추를 조금씩.
아삭거리는 게 좋은지 잘 먹어요.
아, 포도·건포도, 양파, 초콜릿, 자일리톨은 절대 안 됩니다.
소량으로도 위험해요.

요즘은 이렇게 카페 앞에서 저를 기다려요.
바닥에 “여기는 안 돼요”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데
그 앞에 딱 서서 쳐다봅니다.
예전 같으면 이 자세로 오래 못 서 있었을 거예요.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사람이
지금은 이 아이 무릎 걱정을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