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부로 청소년기 졸업이래.

엄마가 이 사진을 찍다가 좀 이상해졌대.
얼마 전까지 발 하나 닦는 데도 실랑이하던 애가 복도 저 끝에서 혼자 걸어오고 있어서.
웃는 게 늘었어

기분이 좋으면 혀가 나오는 건 원래 그랬는데, 이 표정이 부쩍 늘었대.
퍼피 때는 뭘 해도 눈치를 먼저 봤거든.
지금은 안 그래.
여기가 내 집이라는 게 확실해졌으니까.
나가는 데가 늘었어

외식 데뷔한 날이야.
체크 반다나까지 하고.
청소년기에 제일 많이 달라진 건 다니는 범위였어.
아파트 앞 한 바퀴가 전부였는데 카페, 공원, 골목까지 늘었거든.
무서운 것도 그만큼 늘었지만 그건 익숙해지더라고.
어리광도 늘었어

안겨서 웃는 얼굴도 이 시기부터 나왔대.
나는 원래 안기는 걸 좋아했는데,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법을 이때 배운 것 같아.

그렇다고 겁이 없어진 건 아니야.
안전문 너머는 여전히 고개만 내밀어.
궁금한데 먼저 나가지는 않아.
두발서기가 완성됐어

이 시기에 두발서기가 완성됐어.
엄마가 책장 앞에서 뭐 하나 보러 왔다가 물었대.
왜 서 있냐고.
이유는 없어.
그냥 서 있으면 세상이 조금 더 보여.

이 사진을 보고 엄마가 이제 강아지 같지 않다고 하더라.
그게 칭찬인지는 잘 모르겠어.
다음은 성견이래

주말 나들이에서 찍은 컷인데, 엄마는 이게 예고편 같다고 했어.
청소년기는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성견이래.
근데 발 닦기는 성견이 돼도 계속 실랑이할 것 같아.
그건 나이 문제가 아니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