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베란다 쪽에서 수상한 냄새가 났어.
빨래 건조대 밑 어딘가.
평소엔 그냥 지나치는 자리인데 그날은 달랐거든.
수색
코를 바닥에 딱 붙이고 건조대 밑을 훑었어.
냄새가 진해지는 쪽으로 천천히.
이런 건 서두르면 놓쳐.
뒤에서 엄마가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고 물었는데 대답할 여유가 없었어.
한창 집중하고 있었거든.
발견
건조대 다리 옆에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었어.
빨래 걷다가 흘린 것 같은데, 문제는 이게 빨기 전 양말이었다는 거지.
용의자 특정
혹시 몰라서 한 번 더 맡아봤어.
확실해. 아빠 발이야.
우리 집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건 딱 한 사람뿐이거든.
엄마 양말이랑은 비교가 안 돼.
이건 거의…
뭐랄까, 존재감이 있어.
증거물 제출
물고 거실로 갔어.
이런 건 빨리 알려야 하잖아.
엄마 앞에 딱 서서 눈을 맞추고 내려놨지. 엄마, 이거 갖다 버려.
근데 엄마가 웃기만 하고 안 버리더라??
이상해.
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그런데 나는 왜 양말을 좋아할까
나중에 엄마가 찾아보니까 이게 나만 그러는 게 아니래.
강아지들이 양말에 유독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대.
첫째, 냄새가 제일 진해서. 발은 땀샘이 몰려 있는 데라 양말에 그 사람 냄새가 가장 짙게 남는대.
우리한테 냄새는 그냥 냄새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거든.
그러니까 양말은 나한테 “아빠”인 셈이야.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짜야.
둘째, 물기 딱 좋아서. 부드럽고 가볍고 입에 쏙 들어와.
장난감이랑 촉감이 비슷하거든.
셋째, 이게 제일 클 텐데 — 가져가면 반응이 오니까. 양말을 물고 가면 다들 웃거나 쫓아와.
그럼 나는 아, 이거 재밌는 거구나 하고 배우는 거지.
다만 삼키면 큰일이래.
양말은 소화가 안 돼서 장을 막을 수 있고, 그러면 수술까지 갈 수도 있다고.
그래서 우리 집은 요즘 빨래를 바로바로 걷어.
재미없어졌어.
그래도 포기 안 했어.
다음엔 두 짝을 다 가져갈 거야 🧦